
SNS 광고비를 쏟아부어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려도 저장 한 번, 좋아요 몇 개로 끝난다. 그런데 어떤 가게는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아도 줄이 서고 어떤 브랜드는 사람들이 알아서 친구에게 보내고 싶어 한다.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공간 기획 전문가 유정수 대표는 죽은 상권이었던 익선동을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바꿔놓은 인물이다. 그가 지난해 말 장르만 여의도 채널에 출연해 한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자영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지적했다. 맛있고 저렴하고 위치 좋은 가게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공식은 이미 통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을 점령하고 빠르게 바뀌는 유행 속에서 가성비 좋고 적당한 가게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소비자는 이미 선택지가 넘친다. 잘 만든 가게가 아니라 공유하고 싶은 가게를 찾는다.
왜 스스로 홍보하는 것보다 고객이 홍보하는 게 강할까
우리는 광고를 믿지 않는다. 정확히는, 더 이상 예전만큼 믿지 않는다. 브랜드가 스스로 "우리 제품이 최고입니다"라고 말할 때 소비자는 속으로 '당연히 그렇게 말하겠지'라고 생각한다. 반면 친구가 "거기 진짜 좋아, 꼭 가봐"라고 말할 때는 다르다. 그 친구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믿는다.
구전 효과(WOM, Word of Mouth)는 사람들이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 없이 타인과 의사소통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다. 이것이 광고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광고는 돈을 주고 만든 신호지만, 구전은 신뢰를 담보로 한 추천이다. 그 신뢰 무게가 다르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마케팅 조사 기관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구매 결정 약 90%가 지인 추천에 영향을 받는다. 구전 마케팅 기본 원칙은 전체 10%에 달하는 특정인 공략이다. 다수 소비자 90%는 특정인 10%에게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먼저 자발적으로 퍼뜨리는 핵심 고객 몇 명을 만들면, 나머지는 그들이 한다.
SNS는 이 구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SNS에서 확산된 콘텐츠는 노출된 타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탐색되고 다시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광고 효과가 배가한다. 예전에는 입에서 입으로 천천히 퍼졌다면, 지금은 사진 한 장이 수천 명에게 동시에 닿는다. 하지만 그 전제가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공유하고 싶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정수 대표가 만든 익선동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자체적으로 기획·브랜딩하여 입점시킨 브랜드들은 SNS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며 서울의 새로운 상권이 됐다. 광고를 먼저 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찍고 싶어지는 공간을 먼저 만들었다. 그 결과, 고객이 광고판이 됐다.
'올리고 싶게' 만드는 공간 조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객이 자발적으로 올릴까. 유정수 대표 전략에서 세 가지 원칙을 뽑아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나만 알고 싶지만 자랑은 하고 싶은' 감정을 느껴야 한다. 이건 미묘한 심리다. 너무 흔하면 공유 욕구가 없다. 너무 알려져 있어도 공유 가치가 없다. 딱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아는' 느낌이어야 한다. 유정수 대표는 처음 익선동 상권을 기획할 때, 맛집만으로는 사람이 모이기 어렵고 스토리가 있는 인테리어와 커뮤니티를 통해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을 앵커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음식 하나가 아니라 공간 전체에 이야기를 심은 것이다.
둘째, 시각적으로 찍힐 만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음식이든 공간이든 포장이든 하나라도 "이거 찍어야겠다"라는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우서울이 기획한 '온천집'은 샤브샤브 전문점임에도 실제 온천 여관에 온 듯한 분위기를 충실히 재현해 인기를 끌었다. 음식 맛이 먼저가 아니었다. 경험의 질이 먼저였다. 온천집에 갔다는 것 자체가 자랑이 됐다. 조 말론 런던의 타파스 바 사례처럼. 말론이 매장 내 특별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작은 타파스 바가 가장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고객을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이어준다"는 철학 때문이다. 고객이 경험을 공유하는 건 공간이 그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 때다.
셋째, 해당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 유 대표는 도시 재생을 통해 상권이 살아나더라도 핵심은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아야 유지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모이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는 공유 동기를 만들지 못한다. "거기서만 살 수 있어", "거기 가야만 먹을 수 있어"가 공유 버튼을 누르게 한다.
소규모 창업가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대기업이나 유명 기획자만이 이 전략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규모는 작아도 원리는 같다.
시작은 '우리 가게에서만 가능한 경험 한 가지'를 찾는 것이다. 음식이라면 비주얼이 독특한 메뉴 하나, 서비스라면 뜻밖의 친절한 순간 하나, 공간이라면 찍고 싶어지는 코너 하나면 충분하다. 거창할 필요가 없다. 좋아하는 손님에게 주인장이 직접 손글씨로 메모를 써주는 것만으로도 SNS에 올라간다. 중요한 건 '뜻밖의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 가능한 친절은 감동이 아니라 당연함으로 받아들인다.
다음으로 공유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억지로 "저희 가게 태그해주세요"를 부탁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대신 가게 이름이 적힌 예쁜 포장, 찍기 좋은 조명 하나, SNS 계정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소품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강요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올린다고 느껴야 한다. 그 자발성이 바로 구전 마케팅의 힘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자발적으로 올려준 고객을 먼저 챙겨야 한다. 인스타그램에 우리 가게를 올린 사람에게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 다음 방문 때 사장님이 직접 인사하는 것, 작은 서비스를 추가로 드리는 것. 이게 그 고객을 '팬'으로 만든다. 팬은 한 번 홍보하고 끝나지 않는다. 계속 올리고, 계속 데려온다.
광고비를 더 쓰는 것보다, 한 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 더 오래가는 투자다. 고객이 자랑하고 싶어지는 가게를 만드는 것, 그게 지금 시대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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